빗두루 슨 장명등,
카페 프란스에 가쟈. 이놈은 루바쉬카
또 한놈은 보헤미안 넥타이
뻣적 마른 놈이 압장을 섰다. 밤비는 뱀눈 처럼 가는데
페이브멘트에 흐늙이는 불빛
카페 프란스에 가쟈. 이 놈의 머리는 빗두른 능금
또 한놈의 심장(心臟)은 벌레 먹은 장미(薔薇)
제비 처럼 젖은 놈이 뛰여 간다. 「오오 패를(鸚鵡) 서방! 꾿이브닝!」
「꾿이브닝! (이 친구 어떠하시오)」 울금향(鬱金香) 아가씨는 이밤에도
경사(更紗) 커-틴 밑에서 조시는구료! 나는 자작(子爵)의 아들도 아모것도 아니란다.
남달리 손이 히여서 슬프구나! 나는 나라도 집도 없단다
대리석(大理石) 테이블에 닷는 내뺌이 슬프구나!
오오, 이국종(異國種)강아지야
내발을 빨어다오.
내발을 빨어다오.
시의 해석
「카페 프란스」는 1926년 발표 당시 젊은이들에게 애송되었던 작품이다.
앞서 살펴본 「향수」의 세계상은 당대인들이 벗어나고 싶어했던 궁핍의 현실이었을 것이므로, 별 호응을 얻지 못하였다.
그러나 「카페 프란스」, 「바다 2」 같은 모더니즘과 이미지즘 흐름의 시들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시 제목도 이채롭거니와, 표현기법도 모던하다.
화자와 앵무새의 대화가 삽입되어 있고 활자의 크기와 활자체도 다양하게 구사하고 있다.
「슬픈 인상화」, 「파충류동물」에서 보이는 이른바 형태주의 기법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루바쉬카, 보헤미안 넥타이, 뻣적 마른 놈이 밤새 불을 켜두고 있는 카페 프란스로 향하고 있다.
루바쉬카는 사회주의 사상이 풍미하기 시작한 이 시절에 대학생들 사이에 유행한 러시아의 남자용 블라우스다.
밤비를 뱀눈 같다거나 페이브먼트에 흐느끼듯 흐르는 불빛 같은 묘사는 지용의 이미지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빗두른 능금, 벌레 먹은 장미, 제비처럼 젖은 놈으로 묘사된 세 사람은 조선 유학생들일 것으로 하나 같이 정상적으로 표현되지 않고 있다.
비오는 밤, 유학생 셋이 비를 맞으며 카페를 찾아가는 정황은 가볍고 유쾌한 기분만은 아니었을 것.
여급으로 보이는 울금향 아가씨도 이들을 반겨 맞지 않는다.
화자는 자작의 아들도 아무 것도 아니고 나라도 집도 없는 다만 무능한 식민지 백성일 뿐이다.
자작은 한일합병 당시에 일본에게 협조한 친일파나 일본이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내린 작위 중의 하나다.
이완용은 백작이었고, 유길준 남작 등 8명은 작위를 거절하거나 반납하였다고 한다.
이른바 그들 귀족과 2세들은 조선에서 일본에서 방탕한 생활을 하였고 그런 점에서 그들은 가난한 유학생들의 노여움을 샀으리라.
화자는 이국종 강아지를 불러 하소하듯 비애의 감정을 안으로 다스리며 시를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