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한국 시단을 주도한 거장시인 정지용의 기행문 소개
정지용의 재지(才智)는 산문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그의 산문으로는 국토기행에서 산생된 기행문류와 시론, 추천평 등을 소개합니다.
작품내의 표현된 문법 및 단어는 현대의 문법 및 단어와 다소 차이가 있으니 이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그의 산문으로는 국토기행에서 산생된 기행문류와 시론, 추천평 등을 소개합니다.
작품내의 표현된 문법 및 단어는 현대의 문법 및 단어와 다소 차이가 있으니 이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예 : 해ㅅ살 → 햇살
예제4
남해오월점철(南海五月點綴)1 - 기차(汽車)
우리가 타고 달리는 기차 뒤를 따르는 딴 열차를 나는 의논할 수가 없다.
내 뒤통수를 내 눈으로 볼 수 없드시 나는 하루종일 한 열차 밖에 모른다.
편히 앉아 다리 뻗고 천리를 가는 동안에 더욱이 나는 고도의 근시안을 가졌기 때문인지, 내 생각이 좁았던 것을 인제 발견했다.
생각이 좁아서 시야가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시야가 될 자연한 환경 그 자체가 좁았던 것은 아니었다. 또 나는 기차 전면 화통 앞을 볼 수가 없다. 그것은 괴롬이 되지 않는다. 순시로 바루바루 전개되겠기에!
나는 나의 좌우로 열려나가는 풍경을 모조리 관상하고 음미할 수 있는 기쁨을 기차 타고 얻는다.
바로 나의 옆을 지나가는 기차들을 여러 차례 졸며 보았다.
열차가 면목 일신해진 것을 보았다.
유리 한 장 깨진 차창 하나 보지 못했다.
차체가 모두 맑게 닦이어 제비깃처럼 윤이 나고 쾌속하게 역시 제비와 나란히 날러간다.
나는 흥이 난다.
내가 설령 삼등 말석에 발을 뻗고 앉았을망정 나는 검찰관과 같이 정확하고 엄밀한 차체의 구조와 모든 장식과 도포와 배치와 질서와 봉사를 조사하기 위해 일어선다. 나는 슬리퍼 대신 집세기를 끌고 전망차로부터 일일이 삼등실과 식당차 변솟간까지 모조리 답파한다.
완전히 파스로구나.
일제말기 내지 미군정시절의 비절애절한 열차가 아니다.
완전하게 깨끗하고 구비하고 아름다워졌다.
나는 현직 교통부장관의 방명이 누구신지 마침 잊었다.
나는 남쪽의 대소교통 동맥에 주야근로하는 수만 종업원 조원께 감사해야한다.
나는 일본 사람 하나 없는 기차를 탔다.
양인을 겨우 한 두 사람 볼 수 있을 뿐, 우리끼리 움직이고 달리는 기차를 탔다.
나는 쇄국주의자가 아니다.
다만 우리 겨레끼리 한번 실컷 살아보아야 나는 쾌활하다.
야밋보따리 끼지 않은 세상에도 깨끗하고 아름답게 늙으신 경상도할머니 앞에서 나는 감개무량하다.
나는 이 할머니를 배워 어여쁘게 앞으로 이십년 늙으면 좋을 뿐이다.
내 뒤통수를 내 눈으로 볼 수 없드시 나는 하루종일 한 열차 밖에 모른다.
편히 앉아 다리 뻗고 천리를 가는 동안에 더욱이 나는 고도의 근시안을 가졌기 때문인지, 내 생각이 좁았던 것을 인제 발견했다.
생각이 좁아서 시야가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시야가 될 자연한 환경 그 자체가 좁았던 것은 아니었다. 또 나는 기차 전면 화통 앞을 볼 수가 없다. 그것은 괴롬이 되지 않는다. 순시로 바루바루 전개되겠기에!
나는 나의 좌우로 열려나가는 풍경을 모조리 관상하고 음미할 수 있는 기쁨을 기차 타고 얻는다.
바로 나의 옆을 지나가는 기차들을 여러 차례 졸며 보았다.
열차가 면목 일신해진 것을 보았다.
유리 한 장 깨진 차창 하나 보지 못했다.
차체가 모두 맑게 닦이어 제비깃처럼 윤이 나고 쾌속하게 역시 제비와 나란히 날러간다.
나는 흥이 난다.
내가 설령 삼등 말석에 발을 뻗고 앉았을망정 나는 검찰관과 같이 정확하고 엄밀한 차체의 구조와 모든 장식과 도포와 배치와 질서와 봉사를 조사하기 위해 일어선다. 나는 슬리퍼 대신 집세기를 끌고 전망차로부터 일일이 삼등실과 식당차 변솟간까지 모조리 답파한다.
완전히 파스로구나.
일제말기 내지 미군정시절의 비절애절한 열차가 아니다.
완전하게 깨끗하고 구비하고 아름다워졌다.
나는 현직 교통부장관의 방명이 누구신지 마침 잊었다.
나는 남쪽의 대소교통 동맥에 주야근로하는 수만 종업원 조원께 감사해야한다.
나는 일본 사람 하나 없는 기차를 탔다.
양인을 겨우 한 두 사람 볼 수 있을 뿐, 우리끼리 움직이고 달리는 기차를 탔다.
나는 쇄국주의자가 아니다.
다만 우리 겨레끼리 한번 실컷 살아보아야 나는 쾌활하다.
야밋보따리 끼지 않은 세상에도 깨끗하고 아름답게 늙으신 경상도할머니 앞에서 나는 감개무량하다.
나는 이 할머니를 배워 어여쁘게 앞으로 이십년 늙으면 좋을 뿐이다.